[손광주 칼럼] 최근 동아시아·한반도 정세를 읽는 법

 


최근 북한은 대외·대남 선전전(宣傳戰)을 파상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유엔·중국·미국·한반도(대남)가 모두 선전무대다. 

 

북한은 지난 1 16 "남북관계를 개선하자"는 국방위원회 '중대 제안'에 이어, 1 24일 자 '공개 서한'을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공식문건 S/2014/53호로 배포했다(2 1일 조선중앙통신 보도).

 

신선호 유엔주재 대사는 1 23일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하여 지난해에 이어 유엔을 대남 선전장()으로 활용했고 1 29일 지재룡 재중 북한 대사는 AP·로이터 등 외신 기자들을 상대로 "북남관계를 개선하고 군사적 적대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 대사는 "조선반도 비핵화는 변함없는 목표"라며 "우리가 6자회담이라는 쪽배에 먼저 타고 있으니 다른 사람들도 함께 타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남한에 대해서는 인권문제인 이산가족상봉을 미끼로 남한 내 한미 연합훈련 반대 여론을 조성해보려는 의도를 보여주고 있다.  

 

미국에 대해서는 김정은이 '친구'인 데니스 로드먼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머릿속에 '선전전' 개념조차 들어있을리 만무한 로드먼은 그동안 김정은으로부터 돈도 받고 무한정 즐긴 만큼 "CNN을 평양에 초청하도록 해주겠다" '진짜 쓸모있는 바보'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북한이 이처럼 대외 선전전에 집중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현시점에서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대외전술은 선전전 외에 다른 길이 별로 없다. 북한이 연례적인 한미연합 방어훈련인 '키 리졸브'에 대응하려면 비록 규모가 작다 해도 군사훈련으로 맞대응하는 것이 관례다(물론 북한이 지난해 국가급훈련을 실시한 만큼 이번에도 어떻게 대응할지 좀 더 두고 봐야 한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에 지나친 과민반응을 보이는 이유로 유류(油類) 및 예산 부족을 들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닌 것 같다. 지금 북한의 내부사정은 김정은이 대규모 군대를 동원하여 맞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장성택 사건'의 여파가 진행 중임을 고려할 때 군대를 대규모로 동원하다가 어느 부대에서 훈련을 빌미로 자신에게 '반란의 총구'를 들이댈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얼마 전 미국 랜드연구소는 "지난해 김정은에 대한 암살시도가 있었다"고 주장한 바 있는데 그 시점이 군사훈련 기간 중이었다고 한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장성택 사건 이전부터 김정은은 계속 살얼음판을 걸어오고 있다. 다른 모든 것을 제쳐놓고서라도 북한 역사상 특정 시기에 인민군 총참모장이 5번이나 바뀐 사례가 없다. 김일성의 권력이 가장 위험했던 1956 8월 종파사건 때는 물론이고 김창봉·허봉학 사건, 갑산파 사건, 1992년 청진6군단 사건, 1990년대 중반 대아사 때도 없었던 일이다.

 

지금 북한군의 내부 사정은 6·25전쟁 이후 '객관적으로' 가장 불안정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불안정의 본질은 물론 열악한 보급 상황이다. 이로 인해 군에 영()이 서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장성택 사건이 있었고 그 여파는 현재 진행 중이다. 요미우리 신문은 지난 31 "북한 당국이 장성택의 숙청과 관련해 처형한 노동당 간부 등 16명의 명단을 1월 상순 중국, 유럽, 동남아 등 주요 재외공관에 송부했다"고 보도하면서 "처형된 인사 명단을 송부한 것은 재외공관을 통한 외화벌이 사업에서 장성택 세력이 전멸했으며 그 사업권이 군으로 이관됐음을 통지하는 의미가 크다"고 주장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김정은이 대규모 군사훈련으로 한미훈련에 맞대응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내부적으로는 탈북을 막고 외부정보 침투 방지 등 각종 사상전을 벌이고 있다. 또 대외적으로는 다각적인 선전전으로 불리한 상황을 타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북한당국이 전개하고 있는 이른바 '평화 공세'는 문자 그대로 진실이 전혀 담겨 있지 않은 순수 프로파간다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누군가 이 같은 북한의 선전전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북한이 부드럽게 변하고 있으니 우리도 선() 핵포기 조치 범위를 좀 완화해주면서 장단을 맞춰주자"고 주장한다면 그는 뭣도 모르면서 김정은 정권을 도와주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물론 인권·스포츠·학술·정보·종교·청년 분야 등은 접촉면 다각화가 우리에게 유리하다).

 

아무튼, 현재 북한이 벌이는 대내외 사상전·선전전과 북한의 내부 사정 등을 종합 고려해볼 때, 올해 '키 리졸브' '독수리 훈련' 기간 중 북한의 대응방식을 보면 김정은 정권이 처해진 객관적 지표들을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올해 한미 연합훈련이 큰 의미가 있다.

 

현재 전 세계적인 범위에서 가장 위험하고 정세가 급변하고 있는 지역은 어디인가? 중동? 아니다. 이라크·아프간·리비아는 이미 끝났고, 이란도 핵문제 해결을 매개로 하강곡선으로 가고 있다. 시리아·이집트 문제는 단기간 내 해결책이 나올 수도 없다. 그냥 저모양대로 질척거리며 굴러갈 것이다. 중동 민주화는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다. 경제적 기반도 중산층도 없이 더욱이 교육전통도 없는 종교 우위 지역에서 어떻게 갑자기 민주화가 정착되겠는가.  

 

현재 전 세계의 급변 지역은 단연코 동아시아이다. 미국·중국·일본·러시아·한국·북한이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이 지역이 앞으로 세계정세의 변화를 주도해갈 것이다. 원래 새롭게 세계정세 변화를 주도해가는 지역이 되면 맨 먼저 맞닥뜨리는 현상이 군사 긴장이다.

 

최근 10년 동안 동아시아·한반도 정세 변화의 핵심은 중국의 팽창이다. 여기에 미국과 일본이 전략적으로 대응해왔고 향후에도 가파른 정세변화가 예상된다. 문제는 일본과 중국 간에 전략적 대응방식의 변화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센가쿠 열도(댜오위다오 釣魚島)에서 군사충돌까지 예상되고 있다.

 

이 때문에 1990년대부터 핵개발을 매개로 한 선군노선으로 한반도 정세를 주도해온 북한이 동아시아 이슈에서 한발 뒤로 밀리게 되었다. 특히 중국이 일본의 핵무장 가능성에 본격 대응하기 시작하면, 북한핵은 미·중 간에 '빨리해치워야 할 이슈'로 급부상하게 될 것이다. 이로 인해 김정은 정권의 핵-경제 병진 노선은 결정타를 맞게 될 것이다.

 

또 일본과 중국 간 갈등이 첨예화할수록 북한 핵문제는 동아시아 정세의 '주연'에서 '조연' 또는 엑스트라로 밀려나게 된다. 반면,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의  전체주의 수령독재정권은 내부 또는 외부에 반드시 투쟁대상(계급투쟁·반종파투쟁·반제국주의 투쟁·반미자주화 투쟁)이 있어야만 생존이 가능해진다. 

 

다시 말해, 김정은 입장에서는 좀 더 강도 높은 긴장을 일으키지 않으면 정권 생존이 점점 불리해지는 상황으로 몰릴 수 있는 것이다. 지금 김정은 정권에게 내외적 상황이 모두 안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한반도 군사긴장은 4차 핵실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대남 도발이다. 이 중 4차 핵실험, 장거리 미사일 발사는 중국과 미국·일본을 직접 건드리는 것이 된다. 김정은 정권이 확실히 잡아놓을 수 있는 군사적 인질은 핵무기 없는 '남조선'이다.

 

결국 '한반도 게임'은 북한이 핵무기로 남조선을 인질로 잡아 미국과 평화협정을 성공시키든가, 대한민국이 먼저 북한을 핵이 필요없는 비핵개방·민주화 체제로 바꿔버리든가, 둘 중 하나로 수렴될 것이다. 그 한반도 엔드게임(Endgame)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북한이 갖고 있는 것은 핵무력이다. 대한민국이 갖고 있는 것은 한미연합군사력, 경제력, 외교력이다. 여기에 더욱 결정적인 무기를 대한민국이 갖고 있다. 자유, 인권, 민주주의가 갖고 있는 위대한 힘이다. 이것을 집중 활용하면 북한체제는 1, 2년 내에 확실히 변화시킬 수 있다. 돈도 들지 않는다.   

 

분명한 사실은 사회역사 진보에 '공짜 점심'이 없다는 것이다. 어느 나라든 북한을 비핵개방 민주화시키는 데 먼저 나서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 주역은 대한민국과 북한 2400만 주민 외에 달리 있을 수 없다. 이러한 사실을 분명히 깨닫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무엇보다 어설픈 하류 지식인들처럼 북한의 선전전에 솔깃하여 넘어가지 않는 것이다.




손광주 데일리NK 통일전략연구소 소장